2012.07.03 08:44

아래의 글은 2012년 5월에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http://imaso.com)에 기고한 글 입니다.

 

김영욱 http://YoungWook.com | 자신의 다양한 대형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 및 강연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기술을 전도하는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쟁이다. 2012년이 시작하자마자 많은 업체들이 내놓은 새로운 비전과 올해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다양한 전략들로 이미 시장이 뜨겁게 달궈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2012년은 몇 가지 중요한 기술과 트렌드가 IT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히 클라우드와 스마트 디바이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클라우드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와 사례들은 지난해에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클라우드가 시장에 폭넓게 적용돼 클라우드의 대중화 시대로 본격 진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스마트 디바이스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스마트폰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2012년에는 스마트폰의 성장과 더불어 태블릿PC 시장이 스마트 디바이스 대중화의 문을 활짝 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이패드나 갤럭시탭과 같은 다양한 제품들이 시장에 나왔지만 그 실적은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이런 양상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 2012년에는 새로운 버전의 ‘윈도우8’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차기 버전 윈도우는 태블릿 시장을 겨냥한 여러 가지 특징을 포함하고 있으며, 거의 새로운 형태의 운영체계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체들 간에는 벌써부터 엄청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고객들은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고 이야기한다. IT 역시 기존 역사를 답습하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시장이 스마트 디바이스와 클라우드로 양분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2년을 과거의 역사적 사건인 제 2차 세계대전과 비교해 보면서 주요 이슈를 다뤄보고자 한다. 

 

D-Day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흔히 프로젝트 오픈 일을 디데이(D-Day)라고 칭한다. 연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만난 지 백일 또는 천일을 챙기는 앱 이름도 디데이 앱이다. 이렇듯 디데이라는 말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사용되지만, 정작 디데이라는 단어가 제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유명한 전투였던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림 1> 노르망디 상륙 작전

 

대규모 물량전을 동반하는 상륙 작전의 특성상 특정일에 모든 준비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디데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면 이런 상륙 작전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데, 독일군의 기관총에 연합군 병사들이 수 없이 쓰러지는 충격적인 첫 장면을 모두들 인상 깊게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철저하게 미군의 참전 모습을 재현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함께 상륙 작전을 감행했던 캐나다군이나 영국군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 상륙 작전에서는 노르망디의 유타와 오마하 해변에만 미군이 상륙했고, 골드와 주노, 소어드에는 영국, 캐나다, 프랑스군이 상륙했다. 

우리가 영화에서 봤던 살육의 현장은 오마하 해변 전투를 그린 장면이다. 실제로 유타 해변에서는 12명의 사상자만 내고 상륙 지역을 점령했지만, 오마하 해변은 무려 수 천여 명의 사상자가 나와 후일 ‘피의 오바마 해변’이라고 불리게 됐다. 

어찌됐든 이런 상륙 작전의 경우 많은 병력이 적의 사선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하고 많은 준비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미군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위해서 특수 병기를 제작했는데 바로 ‘디데이 탱크’가 그것이다. 

디데이 탱크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던 셔먼 전차에 물막이와 스크루를 달아, 가까운 거리를 물위에 떠서 전진하도록 고안된 전차다. 디데이 탱크는 실제 상륙 작전 직전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져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림 2> 디데이 탱크

 

하지만 작전 당시 예상 보다 거칠었던 파도와 조작 미숙 등으로 인해 30대 전차 중 27대가 그대로 물속에 수장됐고 그나마 상륙했던 3대도 모두 격파 당했다. 덕분에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본 것처럼 보병들이 어떠한 엄폐물도 없이 해변에서 무자비하게 살육 당하는 처참한 상황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IT 산업에서도 신제품 출시는 상륙 작전에 버금갈 정도로 엄청난 물량과 작전이 동원된다. 특히나 후발 주자인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들이 이미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지금, 후발 주자로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의 고민은 클 수 밖에 없다. 

윈도우폰7이 시장에 출시된 것은 지난 2010년 9월 16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모바일 6.5가 시장에서 점점 외면 받게 되자 내부적으로 심각한 고민을 계속했다. 결국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모바일 운영체계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처음부터 거의 코드를 다시 작성할 정도로 큰 변화를 겪었다. 현재 안정된 구조의 앱 마켓과 훨씬 가벼워진 모바일 운영체계로 다시 거듭날 수 있었지만, 그대로 시장에 나가기에는 기능적인 면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시장에 제대로 된 상륙 작전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윈도우폰7 보다 좀더 강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디데이 탱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래선지 윈도우폰7은 시장에서 반응과 매출 모두 미지근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이미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보는 윈도우폰7의 실제 상륙 작전은 2011년 4월 24일 윈도우폰7.5인 코드명 ‘망고’부터라고 본다. 

흔히 망고폰으로 불리는 7.5 버전은 강화된 SNS 통합 기능, IE9로 업그레이드 된 브라우저, 스카이드라이브와의 연동과 이를 통한 문서 관리 기능 그리고 멀티태스크 지원과 다국어 지원 등 이전 버전과 비교해 500여 가지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여기에 긴밀한 협력 관계를 선언한 노키아가 루미아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삼성과 LG 그리고 HTC 등 다양한 벤더들이 본격적으로 윈도우폰을 출시하기 시작한 시점도 망고폰부터다.

 

(지나고 보니... 윈도우폰 7.5 보다는 최근에 발표된 윈도우 폰 8이 디데이 탱크가 될 확률이 더 높아 보임니다....)

 

<그림 3> 국내에 출시된 노키아 루미아 710

 

그래선지 시장 조사 기관들 별로 약간의 편차는 있긴 하지만 대략 2015년 정도를 기점으로 윈도우폰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아이폰을 넘어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자료들을 내놓고 있다.

망고폰이 주목받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윈도우8과 XBox 360의 지원 사격에 있다. 최근 공개된 내용들을 보면 윈도우8과 XBox 360 모두 ‘메트로 UI’라고 불리는 타일 위주의 디자인을 동
일하게 채택하고 있다.

 

<그림 4> 윈도우8의 메트로 디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로 다른 특징과 경험을 가진 별개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메트로 디자인으로, 기존 아이콘보다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변화다. 

또한 터치 인터페이스에 좀더 친화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윈도우폰과 윈도우8 기반의 태블릿PC 그리고 XBox 360 등에서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윈도우폰과 XBox 360의 경우 이미 메트로 기반으로 디자인이 통합됐으며 윈도우8은 현재 컨슈머 프리뷰 버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뭐니 해도 최근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앱이다. 충분한 앱은 스마트 디바이스가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이미 아이폰을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아이폰의 60만 개와 안드로이드의 40만 개에 비해서 윈도우폰은 6만 5,000개의 앱을 가지고 있어 아직 수적인 면에서 열세다. 

하지만 절대적인 수는 1만 개가 넘어가면 크게 의미가 없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앱 중 웬만한 건 1만 개 안에 거의 다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는 앱의 품질과 완성도 차이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선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절대적인 앱 개수 차이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앱이 나올 수 있도록 앱 개발 에코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물량의 승리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군 전차라고 하면 마니아들은 모두 타이거 전차를 떠올린다. 또한 대부분의 전쟁영화에서도 독일군이 등장하면 어김없이 타이거 전차가 나타난다. 당시 타이거 전차는 연합군 측에게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였다. 

타이거 전차는 강력한 주포와 기동성, 무엇보다 엄청난 방어력을 두루 갖춘 전차였다. 연합군이 보유한 대부분의 전차가 근접해서 쏘기 전까지 포탄에 명중되더라도 충격만 받는 수준이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천하무적이었다. 

 

<그림 5>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타이거 전차

 

하지만 타이거 전차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바로 기존 전차에 비해 두 배의 비용이 드는 엄청난 생산 단가와 극악의 유지보수성이 그것이다. 타이거 전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워낙 많고 정교하게 제작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였던 미군의 셔먼 전차나 구 소련의 T-34 전차에 비해 생산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하지만 생산가동률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절대적인 수량 부족이었다.

 

<그림 6> 구 소련의 T-34 전차. 후일 한국 전쟁 당시 북한군의 선봉에 섰다

 

타이거 전차가 2,000여 대 미만 생산된 반면 미국과 구 소련은 각각 5만 대와 5만8,000대씩 전차를 생산했다. 이에 힘입어 미소 양국은 전쟁 당시 어디를 가나 미국 혹은 구 소련 전차가 돌아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규모 물량전을 펼칠 수 있었다. 

여기에 단순한 구조를 통한 높은 가동률과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손쉽게 운영할 수 있었던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또 동유럽과 구 소련의 극한을 견뎌 낼 수 있었던 T-34 전차의 경우 방한성으로도 큰 효과를 봤다. 

스마트폰 시장만을 보면 애플의 아이폰이 절대적인 강자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휴대폰 통계를 보면 여전히 노키아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IDC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는 30.7%의 노키아가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비록 전년대비 8.2%가 감소한 것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노키아가 건재함을 입증하고 있다. 그 뒤를 삼성이 20.0%로 추격하고 있으며, 애플은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는 아직 4%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그림 7> 2011년 4분기 전 세계 휴대폰 출하량

 

물론 애플이 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구 소련의 T-34 전차와 같이 양적인 우세를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잠재력이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2011년 휴대폰 통계를 보면 일반적인 휴대폰 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과 시장이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고 있음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노키아는 전략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윈도우폰으로 플랫폼을 갈아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자료를 전체 휴대폰이 아닌 스마트폰으로만 국한해서 보면 애플은 절대적인 시장 강자임에 틀림없다. 또 애플은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아이팟 터치와 아이패드까지 묶여있는 앱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단일 벤더가 자사에 유리한 방향에 입각해 빠르고 절대적으로 관리 및 조정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림 8> 업체별 물량 비교

 

안드로이드는 무료라는 이점을 앞세워 시장에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2012년에는 이런 행보가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저작권과 특허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에서 소송이 벌어지면 안드로이드가 앞세운 무료라는 장점은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HTC와 삼성 등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안드로이드와 관련된 특허 라이선스를 지불하고 있으며, 오라클 역시 현재 유리한 위치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정리하며


LG가 금성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던 시절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광고문구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 지금은? 스마트 디바이스에 대한 순간의 선택이 2년 약정을 좌우하게 됐다. 개발자들 역시 열심히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숲을 보면서 어디로 갈지를 잠시 고민하길 바란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최근 기업과 1인 기업 그리고 스타트업들의 앱 개발을 무료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yowkim@micro soft.com으로 메일을 보내면 상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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