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3. 01:39
즐겨 보지는 않지만 어쩌다가 채널 돌리다가 가끔 보게 되는 프로가 있으니 바로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대체로 이 생활의 달인이라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요식업에 종사하는 분이나 혹은 단순 노동을 하시는 노동자들이 출연하는데 단순 반복적인 일에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본인 만의 방법을 찾아내서는 기상천외의 높은 효율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TV뿐만 아니라 저는 제 주변에서도 생활의 달인들을 가끔 만남니다.

얼마전에 집에서 칼국수를 해먹으려고 재료를 사러 첫째 딸 민주의 손을 잡고 슈퍼마켓에 들렀습니다. 칼국수 면과 바지락을 두 봉지 사지고 나오는데 거기 아줌마가 한마디 합니다.

"에이 거기 호박을 넣어야 맛있지 호박하나 넣어봐~"

순간 나노과학의 결정체인 제 얇은 귀가 팔랑거리더니 제 손은 어느세 호박을 하나 주워들고 있는 찰라였습니다. 아줌마는 다시 한번 맨트를 날립니다.

"아유 얘 참 이쁘게 생겼다. 호박을 먹으면 머리 좋아진단다. 많이 먹어라~"

두둥~ 이것으로 호박 구입은 확정되었습니다. 이 집 호박이 다른집에 비해서 500원이 더 비싸도 이제는 무를 수 없는 '맛도 좋고 머리에도 좋은' 호박입니다. 설령 맛이 없어도 이제는 기능성이라도 담보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동네 슈퍼 아줌마의 생활속에 배어나오는 두 마디에 계획에도 없던 호박을 사들고서 집에 돌아오면서 세삼 아줌마의 마케팅 실력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설령 그것이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 할찌라도 그 말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습니다.

오늘은 퇴근길에 택시를 타고 왔습니다.
집 근처에 다 와서는 한 명이 택시를 잡고 있는 것이 보여서

"저는 다 왔으니 저 분을 태우고 가시죠~" 라고 말했더니 택시 기사님 왈~
"택시는 그 날의 운이지요~ 손님 부터 먼저 모셔드리는 게 기본 아니겠습니까? ^^"

또 한번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사님의 서비스 정신도 그러하지만 그 날의 일의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모두 '운'에 맡길 수 있는 여유가 참 부러웠습니다.

생활의 달인 혹은 철학의 달인으로 부터 오늘도 에반젤리스트의 함께하는 삶을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