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25. 00:05

아버지의 선물

기냥 2009. 4. 25. 00:05

출근길에 항상 타는 버스에 오늘은 왠일인지 사람이 한산했다.
버스에서 항상 내가 선호하는 자리는 버스 운전기사 옆 제일 앞자리이다. 거기서는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도 노트북을 꺼내서 자료를 살펴보고 이메일을 작성하고 동영상 강좌를 보는 등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버스 운전기사 옆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이메일을 작성하고 할일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거 얼마요"
다소 거칠은 말투에 고개를 들어보니 버스 기사님이 신호등에 걸린 채로 내게 노트북의 가격을 물어오시고 계셨다.

"이건 넷북이라서 다른 노트북에 비해서 싼거에요 최저가로 68만원까지 봤는데 싼건 40만원대에도 있어요."
라고 대답해 드렸더니 버스 기사님은 자기 아들이 경희대에 다니는데 버스 기사 짓을 해가지고는 노트북을 사줄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무슨 과인지는 모르나 한 학기 등록금은 560여만원 그렇다면 1년이면 1120만원을 대학에 내려면 버스 기사 아저씨의 거의 4달치 월급을 한푼도 쓰지 못하고 대학에 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1년 소득의 3/1을 아들 등록비로 내고 나면 노트북은 커녕 아들 용돈주기도 빠듯 할 것이다.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생각이 많아진다. 아버지는 부산에서 기술직 공무원을 하면서 우리 형제들을 모두 교육시키셨다. 넉넉치 못한 살림에 작은 용돈을 주면서 말없이 가슴으로 키워냈던 아버지…
버스 기사님의 마음처럼 넉넉하게 모든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사셨을 것이다.아버지의 길고 긴 공무원 생활의 퇴직금에서 주저없이 거금을 투자해서 사주셨던 486컴퓨터는 아버지가 자식에게 할 수 있었던 큰 희생이자 호사셨을 것이다.

아버지가 내게 사주신 컴퓨터와 마음은 지금도 아려히 저려오는 찌릿한 감사함으로 오늘도 내게 힘을 주고 있다. 버스 기사님에게도 아들에게 컴퓨터를 사줄 수 있는 희생과 호사가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

오늘 처럼 비가 내리고 맥주라도 한 잔한 날이면 어김없이 아버지가 보고 싶어진다.

  • archmond 2009.04.27 02:22 신고

    그리워 지기 전에 잘 해 드려야 겠습니다..

  • 꼬기얌얌얌 2009.04.27 09:46

    항상 마음은 곁에 있는데...행동은 그렇게 되질 않으니....^^;;

  • pinkicon 2009.04.30 09:50

    선생님~! 화이팅~~

  • esstory 2009.05.02 20:58 신고

    저도 아버지가 없는 월급을 털어 사주신 286 XP PC 가 지금껏 살아 오는 밑천이 되었습니다. 본인을 위해서는 10원도 아껴 쓰시는 분이선데 아들을 위해서 어찌 그리 큰 결단을 해 주셨던지.. 먼 곳에 계셔서 자주 못 뵈는데 보고 싶어지네요